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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캇데쿠] 무릎

사망주의.

-사망요소 있어요.

-갑자기 부상당한 데쿠가 보고 싶어서 쓰는 글.




이럴줄 알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네가 해달란대로 해줄것을 그랬다. 네가 원한 것은 언제나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는데도. 


“캇쨩, 무릎 좀 빌려도 돼?”


부스스 웃으며 내 무릎을 빌리며 눕고싶다는 말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말하는 너에게 심통을 부린 것은 언제나 나였다. 그냥 무시하며 돌면 넌 내 뒤에서 왜애-하면서도 강요하지는 않았다. 차라리 그 때 해줄걸.



무릎


“캇...쨩,”

“말하지마, 이 새끼야!”


그 날도 어김없는 출동이었다. 오프라 간단하게 토스트에 반숙계란을 얹어 먹고 있던 부스스한 우리들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바쿠고는 사무실을 먼저 들렀다 간다며 미도리야를 먼저 보냈다. 언제나처럼 안전불감증일지도 몰랐다. 미도리야가 넘버원 히어로라서 그랬던 걸지도몰랐다. 사무실에 들러 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는 길에 점점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 멀리 연기가 보였다. 그리곤, 건물이 무너지려 할 때 즈음에 바쿠고가 도착했다. 어수선한 사건 현장에는 유에이의동기들이 보였다. 옆으로 히어로가 한명 실려갔다. 들것에 실려가는 흰 천 사이로 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거친 손에 눈이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 안의 얼굴을 확인했고, 안심 아닌 안심을 했다.

그래, 그 새끼가 이렇게 쉽게 죽을리가 없지. 그 순간, 저 멀리 저를 부르는 소리에 정면의 건물로 달려갔다. 앞에선 머리 윗 부분에서 피를 흘려 한 쪽 눈을 못 뜨고 있던 키리시마가 주저 앉은 채 바쿠고를 불렀다. 


“미도리야가 안으로 들어갔어! 건물 붕괴 전에 잡을 수 있을 지 모르겠네, 제길...”


손으로 상처부분을 막고 있는 데도 피가 계속 흘렀다. 바쿠고가 쯧, 혀를 차며 뒷 주머니에서 붕대를 꺼냈다. 대충 머리에 둘려주며 말을 했다.


“그래서, 그 새끼는 어디로 갔는데?”

“이 옥상에서 원래 탈출, 할... 생각이었나봐...”


아마 옥상으로 일단은 달려간 것 같은데...말을 잊지 못하고 키리시마가 고개를 숙였다. 바쿠고는 키리시마에서 옆을 지나는 의사를 한 명 붙여주고건물을 올라가려 했다. 

그 순간 건물 윗 부분, 꼭대기 즈음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쿵,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들의 비명에 뒤를 돌자 빌런으로 추정되는 놈이 떨어져 사망해 있었다. 저 멀리 커다란 식칼 비슷한 것도 보였다. 피가, 잔뜩, 묻어 있는.

바쿠고는 입을 벌린 채 건물 안으로 뜀박질했다. 내려오는 속도로 봤을 때, 아마 최소 20층 이상일 것이다. 비상용 계단의 옆엔 13, 14, 15.... 17층을지나고 있었다.


“헉, 헉, 데쿠...!”


21층이 되었을 때, 건물이 한번 요동쳤다. 잠시 멈추던 바쿠고가 23층으로 다시 올라가려 했을 때, 22층의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컥, 문을 열고 안쪽으로 다가갔다. 한 벽을 차지하는 큰 창문은 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의, 덤불같은 초록머리. 천정을 멍하니 바라보는 듯한 미도리야는 왼손으로 옆구리를 힘 없이 막고 있었다. 


“데쿠, 이 새끼야!”

“...”

“...괜, 괜찮... 일단 업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미도리야의 가라앉은 그 눈빛에, 바쿠고가 장갑을 벗곤 목 옆에 손을 가져다댔다. 희미하지만, 뛰는 맥박. 옆구리에서는 계속 검붉은 피가 쿨럭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힘 좀, 다리에 힘 좀 넣어봐!”


아무 말 없던 미도리야가 윽, 하며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그 작고 작은 신음소리에, 바쿠고의 얼굴에 조금이지만 화색이 돌았다. 귀에 꽂았던 소형무전기를 손으로 눌러 소리를 질렀다.


“여기, 22층! 히어로 데쿠 중상, 아래로 내리겠다!”

“카...”


끝을 맺지 못한 말이 허공을 갈랐다. 인이어에 말을 하고 있던 바쿠고가 급히 미도리야를 돌아봤다. 옆구리를 막고 있던 손은 힘없이 바닥에 놓여져 있었다. 업겠다며 몸을 들어서 손이 아래로 내려간 모양이었다. 잠깐, 벗었던 장갑으로 상처를 막던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몸을 바라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상처가 옆구리 하나가 아니었다. 왼쪽 옆구리, 그 바로 위의 겨드랑이아랫쪽. 그리고 오른쪽 늑골과 팔뚝. 이건 어지간한 중상도 아니었다.


“이 새끼야, 그러니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지,다른 놈들이랑 왔어야지! 이렇게 될 동안...”

“카,ㅅ.... 쨔....”


미도리야가 웃으며 바쿠고의 눈을 바라보았다. 선홍색 눈에, 멍하게 웃는 미도리야의 모습이 비췄다.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너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캇,쨔....캇...캇쨩...”

“...말 그만해, 데쿠새끼야, 지금 니 상태 몰라?!”

“캇쨩...”

“말 그만...”


무릎베개... 해, 주라. 미도리야의 그 말에, 바쿠고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 놈의 무릎, 무릎베개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뺨을 치며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 새끼야, 그런 말 하면 사망플래그인걸 몰라?! 무릎은 내가 병원갔다가 해 줄 테니까, 이제 그만 말하라고!”

“아,냐... 지금.”


지금 해줘. 미도리야가 바쿠고에게 말했다. 힘없는 그 말에 단호함이 있었다. 


“...어차피 내려보내려고 해도 헬기가 와야하니까 해주는 거야.”

“...”

“...씨발.”


사망플래그는 아니니깐. 장갑으로 지혈하던 손을 유지한채 미도리야의 머리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윽, 하는 작은 소리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머리를 허벅지에 올렸다. 바쿠고의 검은 바지에 검은색 물이 들었다. 급하게 만져본 미도리야의 뒷통수도터져있었다. 쯧.


“아주 온 몸을 터트리지 그랬냐. 엉? 이정도면 재조립하는 게 나을 것같은데.”

“흐...”

“...”

“...무릎베개는 왜, 무, 릎 베개일까, 캇쨩...”

“...”

“...베는, 건 허벅, 진데,”

“...몰라 새끼야.”


인이어로 헬기가 조금 늦어질 것같다는 연락을 받은 바쿠고가 미도리야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며 머리를 굴렸다. 이 새끼를 업고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그럼 상처가 벌어질 것같고, 옷 한두장으로 막아질 상처도 아닌데... 아.


“야, 반쪽이 있냐, 오버.”

“@&₩@...”

“아 씨발, 존나 시끄럽네, 야! 반쪽, 히어로 쇼토 있냐고!!”

“...뭐지, 바쿠고?”


인이어 너머로 가픈 숨소리가 들렸다. 이 자식도 참 불리는 데가 많아. 근데, 이제 여기서 일해줘야겠다.


“지금 가운데 우뚝 선 빌딩, 22층, 히어로 데쿠 중중중중상이니까 얼음좀 얼려서 계단 만들어, 새꺄.”

“미도리야가 중상인 걸 왜 지금 말하나?!”


토도로키가 옆의 의료반에게 답지않게 화를 냈다.이어 인이어 너머로 얼음이 얼려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한 이 곳에선 엄청 잘 들리... 조용?


“...야, 데쿠.”

“...”

“야, 야.... 이 새끼야,”

“...”

“일어나!”


바쿠고가 떨리는 목소리로 미도리야를 불렀다. 손을 코 끝에 가져다 대려는데, 쿨럭, 하며 미도리야가 움찔했다. 와, 이 새끼, 진짜.


“너 미쳤냐? 지금 정신 안차리냐?”

“으...”


미도리야가 손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바쿠고의 얼굴까지 가져갔다. 바쿠고가 움찔하다 그 손을 제 얼굴에 가져다댔다. 미도리야가 허공을 응시하며 말했다. 


“캇쨩이네, 캇쨩...”

“이제 반쪽이 새끼가 올테니까, 내려가면 끝나니까 줄 단단이 붙잡아라.”


니 정신줄. 바쿠고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이 들리지않는다는 듯이, 미도리야가 바쿠고의 얼굴을 손으로 문대고 있었다. 그리고, 큰 소리가 건물밖에서 들렸다.


“...반쪽이! 늦었잖아!”

“정반대에 있었다. 미도리야는?”

“정신줄 부여잡으라고 몇대 쳤더니 정신 들더라, 이제...”


그 순간, 바쿠고의 얼굴에서 손이 떨어졌다. 바쿠고가 떨어진 손을 느끼고 아래를 바라보았을 때는, 미도리야의 손이 바닥에 떨어지고 난 뒤였다. 뒷통수에서 나온 검은, 검고 붉은 피가 바쿠고의 검은 바지를 적시고 바닥까지 흐르고 있었다. 


“야, 데, 데쿠.”

“...”

“또 정신 못, 차리지 말고, 새, 끼야...”


바쿠고가 답지않은 여린 손길로 미도리야의 얼굴을 툭툭 쳤다. 차마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대 본다던가, 목 옆에 손을 가져다 대 본다던가하는 행위는 못 할 것같았다. 본능적으로 알았음에도 알고싶지 않았던 탓이다. 


“새끼야... 일어나,”

“...”

“내가, 줄 잘 잡고 있으랬잖아!”


미도리야의 얼굴 위로, 건물 안인데도 물방울이 떨어졌다. 천장이라도 뚫렸는지, 누군가의 눈물인지 모를 그 물방울이 미도리야의 눈가에 떨어져 마치 미도리야가 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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